손님 문학방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 매리 프라이

권진희 2025. 10. 20. 02:27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천 갈래 만 갈래로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숨죽인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말없이 날아오르는 새들이고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손님 문학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0) 2025.10.10
산골 이발소 / 이범노  (0) 2025.10.05
가슴에 빗금 하나 새긴다 / 전홍준  (9) 2025.09.25
산바람 / 구양숙  (0) 2025.09.10
9 월 / 헤세  (0)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