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문학방
돌멩이를 들고 / 이민호
권진희
2024. 8. 23. 07:48
해방촌 미군부대 블록 담벼락에
옹기전 항아리가 접붙여 쌓여 있습니다.
세상에, 난 그 모양이 제일 싫습니다.
우리 엄마 허리춤 같고
우리 누이 어깨마루 같고
우리 마누라 궁둥짝 같은
우리 딸년 뒤꿈치 같은
물항아리, 김칫독, 된장독, 간장 종지
햇볕 짱짱한 날에
동두천 미군기지 철조망에
뒤돌아 서 있는 저 눈부신 동그라미들
참빗 하나 / 이민호 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