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모음방 5

크레파스 / 손광세

키가 작아진               내 동생 크레파스          작아진 키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흙담이 되고            아른아른          흙담 벽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되었을 거예요.           풀잎이 되고          꽃잎이 되고          팔랑팔랑          노랑나비가 되어 날아갔을 거예요.           바다가 되고          닻을 내린 통통배가 되고          그래요,          또, 무지개가 되고…….           키가 작아진          내 동생 크레파스          몽당 크레파스.

동시 모음방 2024.07.02

호박이 되는 날 / 김미희(아동문학가)

발표하러 나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다리가 후들후들 그까짓 발표 호박들밖에 없는 걸 뭐가 걱정이야? 호박 한 덩이 호박 두 덩이 잘생긴 호박 못생긴 호박 삐죽이 호박 슬며시 나오려는 웃음 간신히 참으며 씩씩하게 발표했다 그것 봐, 하나도 안 떨리지? 환한 엄마의 목소리 그럼 친구가 발표할 때 나도 호박이 되는 거야? 1.5.2012

동시 모음방 2023.10.17

꽃밭과 순이 / (이오덕·아동문학가, 1925-2003)

꽃밭 사진 . 권의진 분이는 다알리아가 제일 곱다고 한다. 식이는 칸나가 제일이라고 한다. 복수는 백일홍이 맘에 든다고 한다. 그러나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 순아, 너는 무슨 꽃이 제일 예쁘니? 채송화가 좋지? 그러나 순이는 말이 없다. 소아바비로 다리를 저는 순이. 순이는 목발로 발 밑을 가리켰다. 꽃밭을 빙 둘러 새끼줄에 매여 있는 말뚝, 그 말뚝이 살아나 잎을 피우고 있었다. 거꾸로 박혀 생매장되었던 포플라 막대기가.

동시 모음방 202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