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담쟁이 / 목필균 누구냐 내 마음의 벽을 잡고 올라서는 너는 7월 태풍, 모진 비바람 속에도 허공을 잡고 올라서는 집착의 뿌리 아득히 떠내려간 내 젊음의 강물 쉼 없이 쌓여진 바람벽을 기어오르는 무성한 그리움의 잎새 어느새 시퍼렇게 물든 흔들림으로 마음을 점령해가는 네 따뜻한 손길 손님 문학방 2025.07.21
그대 늙었을 때 / 예이츠 그대 늙어 머리 희고 잠이 많을 때 난로가에 앉아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 보세요그리고 천천히 읽으며, 한때 그대 눈이 지녔던 그 부드러운 눈길이며 깊은 그늘을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다정하고 우아했던 시절을 사랑했고그대의 아름다움을 거짓 혹은 진실함으로 사랑하였던가를다만 한 남자가 그대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하였고 그대 변하는 슬픈 얼굴을 사랑하였던 것을 그리고 빛나는 창살가(or 난로바닥일 수도..)에 고개 수그려 조금은 슬프게 중얼거려요어떻게 사랑이 달아났고 높은 산을 거닐며 별들의 무리 속에 그의 얼굴을 감추었는가를... 손님 문학방 2025.06.26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 / 구양숙 산에 찔레가 하얗게 피는 초여름입니다 당신이 걸어가고 있을 거리에는 담장마다 장미가 피어나겠지요 바람만 찾아오는 산기슭에서 저 혼자 피었다 지는 들꽃처럼 기다리다가 저무는 오늘도 내 안에는 홑겹 찔레꽃이 가득 피었더랬습니다 장미처럼 한 번 환하게 드러나지도 못하고 몰래 사무친 이 향기를 내 당신에게 보내기는 하지만 세상의 길은 너무도 많고 넓어서 끝내 닿지 못하고 말 것을 아는지라 혼자 썼다 지우는 편지는 언제나 눈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산바람만.. 손님 문학방 2025.06.12
인연 / 신계옥 청보리밭을 스쳐가는연한 바람에온통 초록물이 들어바람이써 내려가는 일기마다살랑이는 잎새를 틔우는 날에흰 구름을 안고 가던바람에도솜사탕 같은 구름이소담스레 묻어난다면구름 닮은 꽃송이들이몽실몽실 피어나뽀얀 꽃향으로초록 바람을 쓰다듬을 테지누군가 나의 빛깔로물들어 가고내 마음도 그의 색을 따라물드는 것은소복소복 꽃송이 피우는 것은그것은 꽃봄그것은 사랑 손님 문학방 2025.05.17
오리(五里) / 우대식 오리(五里)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香)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 두메 위에 앉았고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 손님 문학방 2025.05.07
찔레꽃 / 전병조 보리향기 푸르른 오 월이 오면 산으로 강으로 들길로 찔레꽃 개구쟁이들 봄나들이 가겠지 팔 걷고 도랑 치며 가재 잡다 배 고프면 따 먹었던 찔레꽃 찔레꽃 한 입에 노오란 하늘이 찔레꽃 두 입에 서울 간 누이의 얼굴이 .. 손님 문학방 2025.05.02
봄날에1 / 이수익 봄에는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둘 이상이라야 한다.물은 물끼리 흐르고꽃은 꽃끼리 피어나고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그대는 물 건너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손님 문학방 2025.04.22
그리움 / 박경리 그리움은 가지 끝에 돋아난 사월의 새순. 그리움은 여름밤 가로수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 그리움은 길가에 쭈그리고 앉은 우수의 나그네. 흙 털고 일어나서 흐린 눈동자 구름 보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그네의 뒷모습. 손님 문학방 2025.04.02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손님 문학방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