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모음방 8

제비 돌아 간 뒤 / 이민구(李敏求 1589~1670)의 시

제비 떠난 빈 둥지는 날로 쓸쓸하고 (故壘日荒涼)          돌아가는 하늘 길은 멀고도 멀다 (歸飛天路長)          지난 세월은 견뎌왔건만 (前期經歲月)           새 깃털로 풍상을 견뎌낼는지.... (新羽怯風霜)            떠나가며 어찌 옛집을 연연하겠으며 (去豈懷梁棟)           머무름이 한갓 나락 이삭 때문은 아니겠지만 (留非爲稻粱)           어찌하여 제비 떠난 뒤 (如何秋社後)           내 심사 나그네마냥 낯선 것인지 (猶目客殊方)

한시 모음방 2024.10.24

秋雨(추우) 가을 비 / 李德懋 이덕무 1741~1793

徹夜農談野客留 (철야농담야객유)        유숙하는 야객과 밤새워 농사 얘기          雨垂甲子角禾頭 (우수갑자각화두)        갑자일 내린 비에 벼눈에 싹난다네           灑池蓼病紅將退 (쇄지륙병홍장퇴)        못에 심은 시든 여뀌꽃엔 붉은 빛 사라지고          滴체족凉語轉幽 (적체족량어전유)        그윽히 섬돌에 떨어지는 발자국 소리,맑은 말소리          已厭多霖過半歲 (이엽다림과반세)        이미 반년이 넘도록 많은 장마가 계속되니          預愁無月作中秋 (예수무월작중추)        달 없는 한가위 맞을까 미리부터 근심한다           乍騰米價群商喜 (사등미가군상희)        쌀값이 폭등하여 장사치들 기뻐한다          但願年豊..

한시 모음방 2024.09.13

山中與幽人對酌 (산중여유인대작) . (唐) 李白(이백)

山中與幽人對酌 (산중여유인대작) 산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兩人對酌山花開 (양인대작산화개)       벗과 마주 앉아 술 마시는데 산꽃 피었네          一杯一杯復一杯 (일배일배부일배)        한잔 한잔  또 한잔.           我醉欲眠卿且去 (아취욕면경차거)        취해 이재 졸리으니 그대 이만 돌아가게          明朝有意抱琴來 (명조유의포금래)        내일 아침 생각 있거든 거문고 안고 다시 오게나.

한시 모음방 2024.06.17

梅梢明月 매초명월 매화 가지 끝의 밝은 달 / 李珥 이이 1536~1584

梅花本瑩然 (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 映月疑成水 (영월의성수) 달빛이 비치니 물결 같구나 霜雪助素艶 (상설조소염)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淸寒徹人髓 (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對此洗靈臺 (대차세령대)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今宵無點滓 (금소무점재) 오늘밤엔 한 점의 찌꺼기 없네 사진 . 권의진

한시 모음방 2024.02.01

老客婦怨(노객부원) 늙은 나그네 아낙의 원망 / 許筠 허균 1569~1618

東州城西寒日훈 (동주성서한일훈) 동주성 서쪽, 차가운 해 뉘엿뉘엿 寶蓋山高帶夕雲 (보개산고대석운) 우뚝한 보개산이 저녁 구름 감싸 있다 파然老의衣藍縷 (파연로구의남루) 머리 허옇게 센 늙은 할미, 남루한 옷차림 迎客出屋開柴戶 (영객출옥개시호) 손님 맞아 방을 나와 사립문을 열어준다 自言京城老客婦 (자언경성로객부)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 늙은 나그네 아낙 流離破産依客土(류리파산의객토) 파산하여 떠돌다가 객지에 사는 신세가 되었다오 頃者倭奴陷洛陽 (경자왜노함락양) 저 지난날 왜놈들이 서울을 함락시켜 提携一子隨姑郞 (제휴일자수고랑) 외 아들 손에 잡고 시어머니와 남편 따라 重跡百舍竄窮谷 (중적백사찬궁곡) 삼백리 길 걷고 걸어 깊은 골에 숨어왔소 夜出求食晝潛伏 (야출구식주잠복) 밤에 나와 밥을 빌고 낮에는 숨어..

한시 모음방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