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향기 푸르른 오 월이 오면
산으로 강으로 들길로
찔레꽃 개구쟁이들 봄나들이 가겠지
팔 걷고 도랑 치며 가재 잡다
배 고프면 따 먹었던 찔레꽃
찔레꽃 한 입에 노오란 하늘이
찔레꽃 두 입에 서울 간 누이의 얼굴이
눈물겹게 그리워지던 찔레꽃 그 언덕
배 고픈 아이들 종일토록
찾아서 헤매었던 찔레꽃 그 언덕
어쩌면 남 몰래 엿보았던,
누이의 속살과도 같았던
그 꽃잎 베어 물고 하늘을 바라보면
<지아>와 입 맞추다 푸드득 산꿩에 놀라버린
지독히도 무안했던 어느 봄날, <지아>도 떠났고
산꿩의 소리는 여전히 골마다 우렁찬데
땅거미 밟으며 홀로이 길을 걷는 동구 밖
서산에 걸린 노을이 아팠다
이제 나 떠나고 없어도
고향의 찔레꽃 여전히 화려한 자탤 뽐낼 테고
개구쟁이 악동들 떼를 지어 여전히
봄나들이 산꿩과 숨바꼭질 즐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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