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문학방

아버지의 길 / 이근모

권진희 2024. 8. 18. 06:45

걷는다.   
내 아버지가 걸어가셨던 그 길을

 

등뼈 마디마디에 자리 틀고 있는
세월 안으로

 

걸어 볼 수 있는데 까지 걸어 본다.

 

지팡이는 저 멀리 산너머에 있지만
그곳까지 가는데 그 누구도
손 내민 자 없지만
고갯길 사이사이 휘어지고 부러지는
나뭇가지 움켜쥐고

 

나뭇가지 부러 저도
힘없는 다리는 주저앉지 않는다.
열대야 하얗게 지새우는 밤
마실 오는 별님 달님
주머니에 한 아름 꿈을 담아주고자
행복을 담아주고자

 

아~
땀 흘리는 여름밤
바람도 쉬어가지 않는 여름밤에도
걷고 있는 아버지의 길

 

눈보라 순백의 대지에
아버지 발자국이 찍히고야
아버지 걸어가신 길이 새하얗다는 걸 알았다.

 

파인 발자국에 고인 아버지의 눈물이
너무나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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