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먹구름이
삼천리에 뻗쳤다
천둥 울고
날 벼락 치고
어둠이 겨레를 삼킨다
빛 잃은 36년
아가는 철벽 속에서
울어만 대는데
왜 밤은 이다지도 길었나?
서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긴 일식은 걷히고
햇살이
구름을 헤쳤다
한 피 받은 겨레
태양빛
한결같은데
좁은 땅덩이에
생각은 각가지
자웅의 줄 다리기에
허리가 잘렸다
2)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두 마리 용이
겨루고 할퀸 자리엔
붉은 피가 솟고
또 쏟아지네
폐허의 잿더미 위에
어미 잃은 아이들
히죽 웃고
빛으로 기어간다
4.19, 5.16
총칼이 번득이고
탱크소리 뭉치소리
태양의 그림자를
뒤 물릴 때
소나기 퍼부어
한을 멍들게 했다
하늘 저편에서
훈풍이 불어오고
그리도 질기게 기다린
자유의 잎새
선열의 피
머금고 피어나네
3)
오랜 세월 속
반만년을 이어온
민족의 넋은 살아있고
동이 트는
여명을 기다렸다
아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던 겨레야
이제 어두움은 지나고
밝음이 온다
이 귀한 빛 받아
후손에게 물리어라
너의 고통을 그대로
겨레의 슬기를 그대로
배달의 역사를 그대로
도도히 흐르게 하라
민족의 여명이 동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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