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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 권의진

제 잘못이라고 에덴동산 쫓겨나 알고 모르고 저지른 이어지는 이 세상 죄..... 사느라 서러운 처절한 생과 사 하늘이시여 징 울려, 한평생의 땀 흘린 노고는 마지막 병마와 투쟁하며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또 다른 유배지는 어디입니까 참회 마음 모르는 듯 다시 사계의 색동이 물드는데 맑은 하늘 푸른 미소 흰구름 둥둥 제자리서 즐거운 나무, 초록 손 흔들고 홀로 선 수채화 들꽃 어여쁘게 방긋 향긋 고운 햇살 포근히 살랑살랑 춤추는 솔솔바람 벅차고 아름답고 눈부셔 고른 숨, 감사 기도 눈 뜨고 눈 감고 매, 날마다 유배 동산에서 감사드려요 전지전능하신 하늘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굽어 살피소서

꽃밭과 순이 / (이오덕·아동문학가, 1925-2003)

꽃밭 사진 . 권의진 분이는 다알리아가 제일 곱다고 한다. 식이는 칸나가 제일이라고 한다. 복수는 백일홍이 맘에 든다고 한다. 그러나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 순아, 너는 무슨 꽃이 제일 예쁘니? 채송화가 좋지? 그러나 순이는 말이 없다. 소아바비로 다리를 저는 순이. 순이는 목발로 발 밑을 가리켰다. 꽃밭을 빙 둘러 새끼줄에 매여 있는 말뚝, 그 말뚝이 살아나 잎을 피우고 있었다. 거꾸로 박혀 생매장되었던 포플라 막대기가.

동시 모음방 202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