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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신계옥

청보리밭을 스쳐가는연한 바람에온통 초록물이 들어바람이써 내려가는 일기마다살랑이는 잎새를 틔우는 날에흰 구름을 안고 가던바람에도솜사탕 같은 구름이소담스레 묻어난다면구름 닮은 꽃송이들이몽실몽실 피어나뽀얀 꽃향으로초록 바람을 쓰다듬을 테지누군가 나의 빛깔로물들어 가고내 마음도 그의 색을 따라물드는 것은소복소복 꽃송이 피우는 것은그것은 꽃봄그것은 사랑

손님 문학방 2025.05.17

오리(五里) / 우대식

오리(五里)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香)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 두메 위에 앉았고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

손님 문학방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