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돌아 간 뒤 / 이민구(李敏求 1589~1670)의 시 제비 떠난 빈 둥지는 날로 쓸쓸하고 (故壘日荒涼) 돌아가는 하늘 길은 멀고도 멀다 (歸飛天路長) 지난 세월은 견뎌왔건만 (前期經歲月) 새 깃털로 풍상을 견뎌낼는지.... (新羽怯風霜) 떠나가며 어찌 옛집을 연연하겠으며 (去豈懷梁棟) 머무름이 한갓 나락 이삭 때문은 아니겠지만 (留非爲稻粱) 어찌하여 제비 떠난 뒤 (如何秋社後) 내 심사 나그네마냥 낯선 것인지 (猶目客殊方) 한시 모음방 2024.10.24
유품(鰒) / 유봉희 바닷가 횟집에서 유품 한 점 얻었다 일생 동안 그린 그림 한 폭 등 뒤에 숨겼다가 생이 끝나는 날, 활짝 열어 보여주는 전복(鰒)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들며 누구의 화풍도 닮지 않은 작품 밤낮으로 쏟아지는 파도의 채찍 속에서 가장 멀리, 보이지 않는 별빛까지도 바람에 실어 날랐네 천 갈래의 파도 소리 속에서 화음을 골라 달빛을 입혔네 누구라도 한 생 한 곳에 마지막 끈으로 매어 달리면 절로 은은한 광채 나는 작품이 되는가 미주 문학방 2024.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