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2

돌멩이를 들고 / 이민호

해방촌 미군부대 블록 담벼락에          옹기전 항아리가 접붙여 쌓여 있습니다.          세상에, 난 그 모양이 제일 싫습니다.          우리 엄마 허리춤 같고            우리 누이 어깨마루 같고           우리 마누라 궁둥짝 같은            우리 딸년 뒤꿈치 같은          물항아리, 김칫독, 된장독, 간장 종지          햇볕 짱짱한 날에               동두천 미군기지 철조망에          뒤돌아 서 있는 저 눈부신 동그라미들                                                                                                                     ..

손님 문학방 2024.08.23

아버지의 길 / 이근모

걷는다.   내 아버지가 걸어가셨던 그 길을 등뼈 마디마디에 자리 틀고 있는세월 안으로 걸어 볼 수 있는데 까지 걸어 본다. 지팡이는 저 멀리 산너머에 있지만그곳까지 가는데 그 누구도손 내민 자 없지만고갯길 사이사이 휘어지고 부러지는나뭇가지 움켜쥐고 나뭇가지 부러 저도힘없는 다리는 주저앉지 않는다.열대야 하얗게 지새우는 밤마실 오는 별님 달님주머니에 한 아름 꿈을 담아주고자행복을 담아주고자 아~땀 흘리는 여름밤바람도 쉬어가지 않는 여름밤에도걷고 있는 아버지의 길 눈보라 순백의 대지에아버지 발자국이 찍히고야아버지 걸어가신 길이 새하얗다는 걸 알았다. 파인 발자국에 고인 아버지의 눈물이너무나 쓸쓸하다.

손님 문학방 20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