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간 데 없는 갯벌 위를 걷습니다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문득 손톱만 한 게 한 마리 획 내 앞을 지나갑니다 어쩐지 그 게 한 마리의 걸음마가 바닷물을 기다리는 갯벌의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그 마음 그토록 허허롭고 고요하기에 푸른 물살, 온통 그 품에 억장 무너지듯 안기고 마는 걸까요 아아 바닷물처럼 출렁이는 당신이여 난 게 한 마리 지날 수 없는 꽉 찬 그리움으로 그대를 담으려 했습니다 그대 밀물로 밀려올 줄 알았습니다 텅텅 빈 갯벌 위, 난 지금 한 마리 작은 게처럼 고요히 걸어갑니다 이것이, 내 그리움의 첫걸음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