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방(Tistory 2022. 8. 25 ~ ) 24

파도 / 권의진

시퍼런 깊은 물결의 해일 파도가 바다를 통째로 뒤집으려 풍랑 몰아쳐 떠밀고 흔드는 물살에 생사를 헤맨다 인생의 적은 죽음이라고 죽음을 이길자가 아무도 없는데 세찬 물결에 떠밀리며 살겠다고 발버둥 쳐도 숨을 막아버리는 망망대해 거친 물살이 코와 입을 덮친다 하늘이 나를 데려갈 때까지 목숨 걸고 살아야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끓던 날 하염없이 흘러도 내 영역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은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포말일까 왜 그리 온몸은 시리고 춥던지 껍질만 남아서인가 진정한 삶의 넋두리도 구차해서인 걸까 철석 대며 누구나 양상이 조금씩 다를 뿐 다 같은, 앙상해져 가는 한 줄기 언저리에서 생의 깃발 묵묵히 나부낀다

꽃 (사랑초서1.2. 김남조) / 권의진

꽃은 지루한 생활에 생기를 줍니다 일상의 반복이 갑갑한 날 받는 꽃 선물은 더욱 고마운 사랑 꽃입니다 떨어진 곁가지의 발랄과 꽃잎 하나, 모두 다 화사한 미소로 집안에서도 마치, 야외 나와서 꽃구경 하는 기분입니다 너를 꺽지 말고, 밖에서 비, 바람, 차가운 공기 맡으며 튼튼히 오래 살아야 하는데, 그만, 그래도 내게 머물러 꽃마음 잃지 말고 함께 하자고, 더불어 텅 빈 마음에 꽃불 켜 노란 꽃진주 한 알 머리에 꽂고, 환하게 밝혀야 할 나의 의지 사랑초서(1) / 김남조 사랑은 정직한 농사 이 세상 가장 깊은 데 심어 가장 늦은 날에 싻을 보느니 꽃, 네가 내게 주는 기쁨이 더 커서 모습은 흰머리 마음은 소녀 사랑 초서(2) / 김남조 떫은 사랑일 땐 준걸 자랑했으나 익은 사랑에선 눈멀어도 못 다 갚을..

꽃꽂이 / 권의진

여린 꽃잎에, 울긋불긋 색 고움은 꽃향기, 꽃바람 싣고 어디서 온 걸까, 꽃을 주는 마음도 꽃을 받는 마음도 나란히 기뻐합니다 예쁘게 내 곁으로 와서 꽃 하루 시작이다 꽃꽂이를 좀 배워서 하면 더 잘할 수도 있을 텐데 꽃꽂이하는 마음 내내 꽃길입니다 울고 웃던 인생의 귀한 시간 가꾸어 그 길 위에서 지는 모습 거들며 거두워 봅니다 왔다가 사라지는 길 모두가 뜬구름 인생인 걸 꽃길 아니었으면 어떠랴 소중한 마음길에 사랑꽃 들여놓고 기쁘던 슬프던 아프던, 삶의 의미에 고마운 꽃길을 걷는다 숨 자체가 화려한 축복의 길 꽃다발 한아름 끌어안고 부족한 삶을 풍요로 푸른 길 따라나서는 싱그런 남빛 추억 너무 짧은 한정의 시간들, 안타까움에 가슴 졸여도, 숨 돌려 쉬어가야 하는 여백 꽃 장식 꽃 잔치로 꽃들의 콧노래..

새해맞이 / 권의진

깨끗한 정화수 한 그릇 놓고, 두 손 모으는 치성으로 밝아오는 새해맞이 합니다 맑고 청정한 하늘 위로, 30년 전, 첫 랑데부를 한 내가 좋아하는 야자수(Palm tree)도 화창한 새해맞이를 합니다 사랑하는 이쁜 여식 공주가 올해도 한결같이 국물, 만두, 꾸미, 등 정성 담아 손수 만들어 준비해 온 음식, 앞에 놓으니 언제나 받기만 하는 효의 고마움과, 효도의 시간 주시지 않고 가신 나의 어머니께 따뜻한 떡국, 손수 한 번도 드리지 못한 생각에, 울컥하고는 신년, 새해맞이 아침에 한 상 차려 맛나게 먹는 행복의 떡 만둣국입니다 오늘, 고국의 고유명절 그리운 설에 설빔차림, 토종 한식, 한과, 반가운 만남 그리고 행운의 복조리 등 설날 맞아 모두의 가정에 평안과 건강과 그리고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꽃다발 / 권의진

사랑의 꽃 받아 든, 꽃송이 송이에 고마움의 꽃술을 달고 꺽어져 시든 꽃송이를 수반에 담으니 생기가 돕니다 색색 모여 밝고 화사한 꽃 각각의 예쁜 미소에 내 마음도 활짝 피어나고 꽃들의 저마다 고운 빛 물들여 꽃미소로 꽃시를 쓴다 떨어진 꽃잎 마른 향기도 들에 누운 듯 작은 몸짓도 살아 있어 행복꽃 하네 우아히 들향기에 국화, 저도 있다고 화려히 많아도 싫지 않은 이쁜 꽃들 욕심 미움 노여움 버리고 꽃마음으로 살아야지 순하게 살자고 정갈하더니 화려하고 우아했던 아름다운 시절은 떠나가고, 합병한 마지막 고운 미소 말라가는 단아한 모습으로 스마일 합니다 나도, 사랑해! ㅡ 고마워! ㅡ 합니다

유배 / 권의진

제 잘못이라고 에덴동산 쫓겨나 알고 모르고 저지른 이어지는 이 세상 죄..... 사느라 서러운 처절한 생과 사 하늘이시여 징 울려, 한평생의 땀 흘린 노고는 마지막 병마와 투쟁하며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또 다른 유배지는 어디입니까 참회 마음 모르는 듯 다시 사계의 색동이 물드는데 맑은 하늘 푸른 미소 흰구름 둥둥 제자리서 즐거운 나무, 초록 손 흔들고 홀로 선 수채화 들꽃 어여쁘게 방긋 향긋 고운 햇살 포근히 살랑살랑 춤추는 솔솔바람 벅차고 아름답고 눈부셔 고른 숨, 감사 기도 눈 뜨고 눈 감고 매, 날마다 유배 동산에서 감사드려요 전지전능하신 하늘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굽어 살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