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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 강연호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 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랄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 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안치는데 고장난 가로등이나 공원 의자 근처 그는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손님 문학방 2024.03.16

다 놓아버려 / 원효(신라의 승려, 617-686)

옳다 그르다 길다 짧다 깨끗하다 더럽다 많다 적다를 분별하면 차별이 생기고 차별하면 집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옳은 것도 놓아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버려라 긴 것도 놓아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버려라 바다는 천 개의 강 만 개의 하천을 다 받아들이고도 푸른빛 그대로요 짠맛 또한 그대로이다

감동글 좋은글 2024.03.06

공원 벤치에서·9 / 최재형

벤치에 혼자 앉아 있으면 문득 함께 살던 식구들 생각이 난다 지금은 내 곁을 다 떠나가고 없는 그 식구들이 아내는 산에 갖다 묻고 자식 놈은 분가해서 나가 살고 딸년들은 모두 제 짝을 만나 남의 식구가 돼 가고 나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 어쩌다 한 자리에 모일 때가 있으면 이미 그들은 이전의 내 가족이 아니다 인제는 다들 내 마음 밖에서 살고 있다 이제 내게는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세월이 마지막으로 내놓는 절박한 문제가 있다 이런 딱한 사정을 노인들은 서로 말하지 않는다 그냥 하늘만 쳐다보고 앉아 있을 뿐이다 나도 지금 그들과 마주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다

손님 문학방 2024.02.25

돌아오지 않는 비둘기 / 손종렬

3.1 탑골 공원에 비둘기가 없다 서울 시청 옥상, 광주, 서대전 공원에도 비둘기가 보이지 않는다 다 어디로 갔니 사람과 더불어 함께 살자고 이제야 외치지만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한번 날아간 비둘기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울지 말라 제 태어난 곳 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날아갔다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그동안 어디서 잘 살고 있었으며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우리는 한 번이라도 눈과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미주 문학방 2024.02.20

가족을 위해서 / 김홍식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모르는 사람은 누구와도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가족보다 다른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행복이란 없습니다. 가족을 떠난 행복은 착각 일 뿐입니다. 가족을 외면한 사람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가족은 세상의 기초이니까요. - 김홍식 님의 중에서 *삶의 큰 의미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을 위해'입니다.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희생과 인내를 감내하게 만듭니다.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세상, 그리고 모든 것에 책임지는 것과 같습니다.

감동글 좋은글 202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