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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름 외우듯이 / 이해인

우리 산 우리 들에 피는 꽃 꽃이름 알아가는 기쁨으로 새해, 새날을 시작하자 회리바람꽃, 초롱꽃, 돌꽃, 벌깨덩굴꽃 큰바늘꽃, 구름채꽃, 바위솔, 모싯대 족두리풀, 오리풀, 까치수염, 솔나리 외우다 보면 웃음으로 꽃 물이 드는 정든 모국어 꽃이름 외우듯이 새봄을 시작하자 꽃이름 외우듯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먼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 처럼 봄바람 타고 어디든지 희망을 실어나르는 향기가 되자 1.4.2009

새해 / 권의진

202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 해 새 아침에 해돋이를 기다립니다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멀리 나무 사이로 떠오르고 드디어 구름 아래와 산등성 사이로 하늘 높이 힘차게 떠올랐습니다 새 마음 일으켜 새 의지로 굳건하여 새 희망 하라 하여 듬뿍 감사 기도합니다 환해진 이른 아침 야자수 하고도 새 날 맞아 새 인사 나누는데 새 하얀 반달도 반가워합니다 나팔꽃도 핑크빛 새 옷 입고 새 미소로 따따따 연주합니다 Happy New Year!

자유 게시판 2024.01.01

여행에의 초대 / 김승희

모르는 곳으로가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모르는 도시에 가서 모르는 강 앞에서 모르는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모르는 오리와 더불어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가 허드슨 강이지요 아는 언어를 앚어버리고 언어도 생각도 단순해지는 것이 좋다 모르는 광장 옆의 모르는 작은 가게들이 좋고 모르는 거리 모퉁이에서 모르는 파란 음료를 마시고 모르는 책방에 들어가 모르는 책 구경을 하고 모르는 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주소를 향하는 각기 피부색이 다른 모르는사람들과 서서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너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너를 모르는 자유가 좋고 그 자유가 너무 좋고 좋은 것은 네가 허드슨 강을 흐르는 한포기 모르는 구름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것..

손님 문학방 2023.12.08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손님 문학방 2023.12.03

금문교 1 / 장금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다리 황금빛 번쩍이는 천국인 줄 알았네 붉은색 주탑은 교각도 없이 227.5m 하늘 향해 뻗쳐있고 주탑과 주탑 사이 1,280m 중앙부 해면에서 70m 높이 수심 깊어 대형선박도 통과시키고 해면과 다리의 사이가 넓어 비행기도 통과 시킨다니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의 경지 넘어 신이 만든 작품이라네 그러나 많은 사람들 신의 작품 위해 죽어갔네 봉덕사의 에밀레종처럼 피와 살 섞어 아름다움 만들었네. 금문교 사진 . 권의진 (7.4.2009)

미주 문학방 2023.11.21